특집

밤새 만든 계산이 오즈메이커와 똑같았다

이변은 왜 자주 일어날까 1화

"이건 무조건이지."

축구 좀 본다는 사람이면 한 번쯤 해 본 말이다. 나도 많이 했다. 그리고 많이 틀렸다.

나는 축구를 숫자로 보는 걸 좋아한다. 경기 전날 밤이면 순위표를 펴고, 최근 다섯 경기 성적을 세고, 두 팀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어땠는지 찾아본다. 그 숫자들을 계산식에 넣으면 '홈팀이 이길 확률 몇, 비길 확률 몇, 질 확률 몇'이 나온다. 기록만 가지고 낸 확률이라, 이 책에서는 '기록 확률'이라고 부르겠다.

처음엔 제법 그럴듯했다. 그런데 오즈메이커의 숫자와 나란히 놓자마자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오즈메이커란? 경기마다 '홈팀이 이길 확률 몇, 비길 확률 몇, 질 확률 몇'을 매기는 사람들이다. 요즘 오즈메이커는 감으로 숫자를 찍는 사람이라기보다, 데이터와 계산식으로 확률을 뽑는 '퀀트'에 가깝다. 그 숫자는 경기 직전까지 새 소식과 수많은 사람의 판단을 받아 움직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즈메이커의 예상'은 여러 오즈메이커 숫자의 평균이다. 자세한 계산 방법은 책의 부록에 적었다.

차이가 꽤 났다. 이를테면 오즈메이커는 홈팀 승리 60, 무승부 30, 원정팀 승리 10으로 보는데, 내 기록 확률은 40, 25, 35가 나오는 식이었다. 같은 경기를 두고 한쪽은 홈팀이 거의 이긴다고 하고, 다른 쪽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처음엔 내 계산이 틀렸나 싶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오즈메이커는 내가 모르는 걸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주전 공격수가 다쳤다든지, 주중에 큰 경기를 치러 지쳤다든지, 감독이 바뀌었다든지. 순위표에는 안 적히는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해 볼 만한 게 생긴다. 그 차이를 모으는 것이다. 몇 위 팀이 몇 위 팀을 만나고 기록이 이러저러할 때, 오즈메이커와 내 계산이 얼마나 어긋나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누가 이겼는지. 그런 경기를 수천, 수만 개 모아서 차이에 숨은 패턴을 찾으면, 그 패턴으로라도 결과를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맞히고 싶었다. 이 책은 거기서 시작됐다.

그렇게 유럽과 미국, 일본 리그까지 3만 경기를 모았다. 그리고 내 기록 확률과 오즈메이커의 숫자가 엇갈린 경기에서 실제로 누가 맞았는지 채점해 봤다.

결과는 허탈했다. 엇갈린 경기에서는 대개 오즈메이커가 맞았다. 내가 찾았다고 좋아한 패턴은 이미 그들의 숫자 안에 들어 있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오즈메이커의 숫자를 바탕에 깔고, 내 패턴을 조금씩 더해 계산을 고쳤다. 그런데 고치면 고칠수록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내 답이 점점 오즈메이커의 답을 닮아 갔다. 나중에는 경기마다 '이길 것 같은 팀'을 고르면, 백 경기 중 아흔아홉 경기에서 오즈메이커와 같은 팀이 나왔다.

반 1등 답안지를 옆에 두고 시험을 본다고 해 보자. 1등 답을 보며 내 답을 고치다 보니, 어느새 백 문제 중 아흔아홉 문제가 1등 답과 똑같아졌다. 그러면 아무리 애써도 1등보다 높은 점수는 받을 수 없다. 내가 딱 그랬다.

그런데 채점표를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왔다. 그 1등 답안지가 생각보다 많이 틀렸다. 나와 오즈메이커가 나란히 고른 팀이 두 경기에 한 번 가까이 못 이겼다. 데이터와 계산식으로 무장한 숫자 둘이 같은 팀을 가리켰는데도 그랬다.

그때부터 궁금한 게 바뀌었다. 누가 이길지보다, 이렇게 똑똑한 숫자가 왜 이렇게 자주 틀리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볼 것도 없는 경기'는 왜 자꾸 뒤집힐까? 전반에 두 골 앞서면 정말 끝난 걸까?

세다 보니 놀라운 숫자가 하나 나왔다. 오즈메이커가 '이 팀이 이길 가능성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고 본 경기는 유럽 4대 리그에서만 한 시즌에 백 경기가 넘는다. 하나하나는 거의 안 일어날 일이다. 그런데 그런 경기가 백 번 넘게 모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수확률 10%짜리 날도 한 철 내내 이어지면, 그중 며칠은 비가 오는 것과 같다.

정말 그런지 궁금했다. 그래서 오즈메이커의 예상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최근 다섯 시즌의 4대 리그 경기표로 시즌을 모두 오만 번 다시 치러 봤다. 그런데도 '열에 하나도 안 된다던 팀'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시즌은 오만 번 중 딱 아홉 번이었다. 나머지 4만 9,991번은 한 번 이상 그런 일이 터졌다. 그 가상의 세계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책에 자세히 풀어 놓았다.

축구에서는 이변이 없는 시즌이 오히려 이변이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려운 수식은 없다. 대신 최근 몇 시즌(2021/22 시즌 이후) 동안 실제로 뒤집힌 경기들이 있고, 그 경기들을 수천, 수만 개씩 모아서 센 숫자가 있다. 확률은 되도록 일기예보처럼 읽을 것이다. "이런 경기 스무 개를 모아 보니 몇 개는 이렇게 끝났더라."

책 곳곳에 동네 형님이 나온다. 누구나 한 명씩 알고 있는, "축구는 내가 좀 알지" 하는 그 형님이다. 형님은 매번 확신한다. 숫자는 가끔 형님 편을 들고, 가끔은 형님을 멋쩍게 만든다. 공평하게 말하면 나도 형님만큼 틀린다. 내가 틀린 날들은 책 뒷부분에 따로 모아 두었다.

축구가 자주 뒤집히는 데 누구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 원래 그런 경기다. 확률은 얼마나 자주 뒤집히는지 알려 줄 뿐, 오늘 누가 뒤집을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축구는 확률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공은 결국 사람이 찬다. 그걸 알고 보면 축구가 조금 더 재밌어진다. 그럼 시작해 보자.

연재 『이변은 왜 자주 일어날까』
책으로 묶을 원고를 한 편씩 먼저 싣습니다(책 제목은 가제). 지난 글은 숫자로 보는 축구에서 처음부터 볼 수 있어요.
1화 밤새 만든 계산이 오즈메이커와 똑같았다 (지금 이 글)
2화 스무 번에 한 번도 안 나올 일이 나온 날 (다음 편)
3화 강팀은 왜 약팀한테 당할까 (다음 편)

책이 나오면 알려 드릴게요

연재 원고를 묶은 책 『이변은 왜 자주 일어날까』(가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에는 연재에 없는 장과 계산 근거가 더 담깁니다. 출간 소식을 이메일로 한 번 보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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